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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고전시가

(고전시가/2017수능특강) 사미인곡(思美人曲)

by 냠뇸냠 2017. 11. 27.





사미인곡(思美人曲)_정철


 

 

이 몸 삼기실 제 님을 조차 삼기시니,

ᄒᆞᆫ 연분(緣分)이며 하ᄂᆞᆯᄅᆞᆯ 일이런가.

ᄒᆞ 졈어 잇고 님 ᄒᆞ 날 괴시니,

ᄆᆞᄉᆞ 견졸 데 노여 업다.

 

평생(平生)애 원()ᄒᆞ요되 ᄒᆞᆫ 녜쟈 ᄒᆞ얏더니,

늙거야 므ᄉᆞ 일로 외오 두고 글이ᄂᆞᆫ.

엊그제 님을 뫼셔 광한뎐(廣寒殿)의 올낫더니

그 더데 엇디ᄒᆞ 하계(下界)ᄂᆞ려오니,

올 적의 비슨 머리 얼킈연 디 삼 년(三年)이라.

연지분(臙脂粉) 잇내마ᄂᆞᆫ 눌 위ᄒᆞ 고이 ᄒᆞᆯ.

ᄆᆞ음의 매친 실음 텹텹(疊疊)이 싸혀 이셔,

ᄂᆞ 한숨이오, ᄂᆞ 눈믈이라.

인생(人生)은 유ᄒᆞᆫ(有限)ᄒᆞᆫᄅᆞᆷ 그지업다.

무심(無心)ᄒᆞᆫ 셰월(歲月)은 믈 흐ᄅᆞᄃᆞᆺ ᄒᆞᄂᆞ고야.

염냥(炎凉)이 때ᄅᆞᆯ 아라 가ᄂᆞᆫ ᄃᆞᆺ 고텨 오니,

듯거니 보거니 늣길 일도 하도 할샤.

동풍(東風)이 건 듯 부러 젹셜(積雪)을 헤텨내니,

() 밧긔 심근 매화(梅花) 두세 가지 픠여셰라.

ᄀᆞ 냉담(冷淡)ᄒᆞᆫ 암향(暗香)은 무ᄉᆞ일고.

황혼(黃昏)ᄃᆞᆯ 조차 벼마테 빗최니,

늣기ᄂᆞᆫ ᄃᆞᆺ 반기ᄂᆞᆫ 듯 님이신가 아니신가.

매화(梅花) 것거 내여 님 겨신 데 보내오져.

님이 너ᄅᆞᆯ 보고 엇더타 너기실고.

 

꼿 디고 새닙 나니 녹음(綠陰)이 끌렸ᄂᆞᆫ

나위(羅幃) 젹막(寂寞)하고 수막(繡幕)이 뷔여 잇다.

부용(芙蓉)을 거더 노코 공쟉(孔雀)을 둘러 두니,

ᄀᆞᆺᄅᆞᆷ 한데 날은 엇디 기돗던고.

원앙금(鴛鴦衾) 버혀 노코 오색션(五色線) 플텨 내어

금자해 견화이셔 님의 옷 지어 내니,

슈품(手品)ᄏᆞ니와 졔도(制度)ᄀᆞᄌᆞᆯ시고

산호슈(珊瑚樹) 지게 우헤 백옥함(白玉函)의 다마 두고,

님의게 보내오려 님 겨신 데 ᄇᆞ라보니,

()인가 구롬인가 머흐도 머흘시고,

천리만리(千里萬里) 길흘 뉘라셔 ᄎᆞ자갈고.

니거든 여러 두고 날인가 반기실가.

 

ᄒᆞᄅᆞ 서리김의 기려기 우러 녤 제,

위루(危樓)에 혼자 올나 수졍념(水晶簾) 거든 말이,

동산(東山)ᄃᆞᆯ 나고 북극(北極)의 별이 뵈니,

님이신가 반기니 눈믈이 절로 난다.

쳥광(淸光)을 쥐여 내여 봉황누(鳳凰樓)의 븟티고져.

() 우헤 거러 두고 팔황(八荒)의 다 비최여,

심산 궁곡(深山窮谷) 졈낫ᄀᆞ 맹그쇼서.

 

건곤(乾坤)이 폐색ᄒᆞ 백셜(白雪)ᄒᆞᆫ 빗친 제,

ᄅᆞᆷᄏᆞ니와 ᄂᆞᆯ새도 긋쳐 잇다.

쇼상남반(瀟湘南畔)도 치오미 이러커든

옥루고쳐(玉樓高處)야 더욱 닐너 므ᄉᆞᆷᄒᆞ

양춘(陽春)을 부쳐 내여 님 겨신 데 쏘이고져.

모쳠(茅簷) 비쵠 ᄒᆞᄅᆞᆯ 옥누(玉樓)의 올리고져,

홍샹(紅裳)을 니믜ᄎᆞ 취슈(翠袖)를 반()만 거더

일모슈듁(日暮脩竹)의 헴가림도 하도 할샤.

ᄅᆞᆫ 해 수이 디여 긴 밤을 고초 안자,

쳥등(靑燈)을 거른 겻테 뎐공후(鈿箜篌) 노하 두고,

꿈의나 님을 보려 택밧고 비겨시니,

앙금(鴦衾)ᄎᆞ 챨사 이 밤은 언제 샐고.

 

ᄒᆞᄅᆞ 열두 때, ᄒᆞᆫ ᄃᆞᆯ 셜흔 날,

져근덧 생각마라. 이 시ᄅᆞᆷ 닛쟈 ᄒᆞ,

ᄆᆞᄋᆞᆷ 매쳐 이셔 골슈(骨髓)의 께텨시니,

편작(扁鵲)이 열히 오나 이 병을 엇디ᄒᆞ.

어와, 내 병이야 이 님의 타시로다.

ᄎᆞᆯ하리 싀어디어 범나븨 되오리라.

곳나모 가지마다 간데 죡죡 안니다가

향 므든 ᄂᆞᆯ애로 님의 오새 올므리라.

님이야 날인 줄 모ᄅᆞ셔도 내 님 조ᄎᆞ ᄒᆞ노라.

 

 

 

 

이 몸이 태어날 때 임을 따라 태어났으니,

한 평생 인연이며 하늘이 (어찌) 모를 일이던가?

나 하나 젊어 있고, 님 하나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가 전혀 없다.

 

평생에 원하기를 (님과) 한 곳에 살아가자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외따로 두고 그리워하는고?

엊그제는 님을 모시고 광한전에 올랐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인간세상에 내려왔는가?

올 때 빗은 머리가 헝클어진 지 3년이다.

연지와 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꾸밀꼬?

마음에 맺힌 시름 첩첩이 쌓여 있어

짓는 것이 한숨이요, 흐르는 것이 눈물이다.

인생은 유한한데 시름은 끝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듯 하는구나.

더위와 추위는 때를 알아 갔다가 돌아오니

듣고 보고 느낄 일도 많구나.

봄바람이 문득 불어 쌓인 눈을 헤쳐내니

창밖에 심은 매화가 두 세가지 피었다.

가뜩이나 추운데 그윽히 풍겨오는 향기는 무슨 일인가.

황혼의 달이 따라와 베갯머리에 미치니,

느껴 우는 듯 반가운 듯하니, 임이신가 아니신가

매화를 꺾어 내어 임 계신 데 보내고 싶다.

임이 너를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실까?

 

꽃이 지고 새 입이 나니 녹음이 우겨졌는데

비단 장막 안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연꽃 무늬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병풍을 둘러두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날은 어찌 길은가.

원앙새를 수놓은 비단을 잘라 놓고 오색실을 풀어 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임의 옷을 지어 내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산호수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함에 (옷을) 담아두고

임에게 보내려고 임 계신 곳을 바라보니

산인지 구름인지 멀기도 멀구나.

천리만리나 되는 길을 누가 찾아갈꼬?

가거든 (이함을) 열어두고 나를 반가워 하실까?

 

하룻밤 사이 서리내릴 무렵 기러기가 울며 날 때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 수정으로 만든 발을 걷으니

동산에 달이 떠오르고 북극성이 보이므로

임이신가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맑은 달빛을 쥐어 내어 임계신 곳에 부쳐 보내고 싶다.

누각 위에 걸어 두고 온 세상에 다 비추어

깊은 산속 험한 골짜기도 대낮같이 환하게 만드소서.

 

하늘과 땅이 추위에 얼어 생기가 막혀 흰 눈으로 온통 덮여 있을 때

사람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날아다니는 새도 없다.

소상강 남쪽 둔덕도 추움이 이와 같거늘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리?

따뜻한 봄기운을 부쳐 내어 임 계신 곳에 쐬게 하고 싶구나

초가집 처마에 미친 따뜻한 햇볕을 임 계신 궁궐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어

해질 무렵 대나무에 기대니 잡념이 많기도 많다.

짧은 해(겨울) 이내 넘어가고 긴 밤을 꼿꼿이 앉아

청사등을 걸어 둔 옆에 자개로 장식을 한 공후를 놓아두고

꿈에서라도 임을 보려고 턱을 괴고 기대어 앉으니

원앙새를 수놓은 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꼬?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시라도 생각 말자. 이 시름을 잊자 하니,

마음에 맺혀 있어 뼛속까지 사무치니,

편작과 같은 명의가 열 명이 와도 이 병을 어떻게 하리.

아아, 내 병이야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 범나비 되오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간 데 족족 앉아 다니다가

향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옮기리라.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좇으려 하느라.

 

 


- (장소) 광한뎐(廣寒殿): 달나라에 있다는 궁전. 여기서는 한양(임인 왕이 계신 곳)

<->하계(下界): 사람이 사는 곳. 여기서는 화자가 있는 전남 창평

- (장소) 쇼상남반(瀟湘南畔): 화자가 있는 전남 창평

<->옥루고쳐(玉樓高處): 옥황상제 있는 곳=임 계시는 곳(한양)

- 계절을 드러내는 시어: 동풍(東風)=/ 녹음(綠陰)=여름/ 서리김의 기려기 우러 녤 제=가을/ 백셜(白雪)=겨울

- 임금을 나타내는 시어: ᄃᆞᆯ/동산(東山)ᄃᆞᆯ/북극(北極)의 별

- 화자의 마음을 드러내는 시어: 매화(梅花), 암향(暗香)-> 임금에 대한 충정/ 님의 옷/ 쳥광(淸光)/ 양춘(陽春)/ ᄒᆞ()/ 범나븨

- 화자가 여성임을 알 수 있는 시어: 연지분(臙脂粉)/ 홍샹(紅裳)